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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속에 집을 짓다 /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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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0회 작성일 16-03-14 08:54

본문

술잔 속에 을 짓다 

  -목수일기·3

 

  김점용

 

술을 마신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신다

토도독 토독, 부드러운 물화살 쏟아지는 소리

그 중의 몇은 기어이 철판 지붕을 뚫고

투명한 술잔 속으로 날아와 꽂힌다

컨테이너 가득 빗소리 차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집이 둥실, 들린다

목수들은 모두 고향으로 가고

홀로 술잔을 쥐고 가만히 앉았는데

컨테이너 숙소마저 날 버리고

못에 걸린 낡은 작업복과 빨랫줄을 싣고

야식배달 전화번호를 싣고 멀리 인도양으로

대서양으로 제 옛길 찾아 아득히 흘러간다

 

사방천지 빗소리 가득한 밤

산중턱에 남아 빈 술잔을 바라보며

한 마음 부릴 곳이 고작 이 뿐인가 한숨짓다 엉거주춤

빗소리를 깎고 다듬어 집을 짓는다

굵은 빗소리로 기둥을 세우고 그 중 실한 놈은 들보로

낭창낭창 휘어진 것은 서까래를 놓고 앙곡을 맞춘다

투두둑 빗소리 묶음 묶음 단칼에 잘라 지붕을 얹으면

천둥 번개도 끄떡없다 벼락 내리치면

취기 흥건한 구들방에 군불을 지피리라

옛사람은 계곡 물소리를 듣고 집터를 골랐다는데

빈 술잔 속에 집터를 잡고

빗소리를 깎아 집을 세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집

찬란히 들어선다



 

 

1965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졸업
199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오늘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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