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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날 / 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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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184회 작성일 15-12-28 09:11

본문

 

 

먼날

 

우대식


화롯불에 호박 된장국이 뉘엿뉘엿
졸아가던 겨울밤
육백을 치다가
짧게 썬 파와 깨소금을 얹은 간장에
창포묵을 찍어 먹던 어른들 옆에서
찢어낸 일력(日曆) 뒷장에
한글을 열심히 썼던 먼 날
토방 쪽 창호문을 툭툭 치던
눈이 내리면
이젠 없는 먼 어머니는
고무신에 내린 눈을 털어
마루에 얹어 놓고
어둠과 흰 눈 아래를 돌돌 흐르던
얼지 않은 물소리 몇,
이제 돌아오지 않는 먼 밤
돌아갈 귀(歸) 한 글자를 생각하면
내 돌아갈 길이
겨울밤 창호문 열린 토방 한 구석임을
선뜻
알 것도 같다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설산 국경』
산문집『죽은 시인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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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육백에서 비롯된 歸, 엄니가 기다리는 토방

육백, 오랜만에 들어보는 화투놀이다.
돌아가신 큰엄마와 아버지께선 종종 육백을 치셨다.
젊은 시절을 일본서 보냈던 두 분께서는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셨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린 우리들이 들어선 안 될 집안 대소사 등에 대한 비밀스런 내용이었을지 모르겠다.

아버지 제삿날이나 명절, 형집에 가면 큰엄마와 엄마, 나와 형은 민화토를 쳤다. 점 십원짜리.
계산이 빨랐던 큰엄마는 열 시경이면 졸립다며 화투장을 놓으셨다. 이미 나이 드셨음이다.

동백기름을 바른 검은 머리를 참빗으로 곱게 빗어 쪽을 지셨는데, 젊은 시절엔 곱기가 여느 여배우 못지 않았다는 사촌 누님의 말이었다.
돌아가시기 직전엔 치매기도 있었고.

이러저런 연유로 연이 닿은 요양원에 모시고 난 뒤, 일주일여, 운명하셨다는 전화를 받은 건, 출근을 서두르던 월요일 아침이었다.
부라부라 달려갔더니,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큰엄니는 이미 사후강직이 진행된 후였다.

육백이라는 화투놀이에 돌아가신 큰엄니가 떠올랐다.

돌아갈 歸에서 겨울밤 창호문 열린 토방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어머니가 문 열고 아직 귀가하지 않은 아들내미를 기다리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돌아간다는 말이 이처럼 따뜻하게 다가오다니!
나도 나이 먹어감이다.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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