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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한 수련 /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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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7회 작성일 15-12-29 09:27

본문

후련한 수련

   

   박성준   

 


항상 얼굴의 북쪽에서만 키스를 하겠소

한 무리의 싱거움을 조롱하고 가는 입김

수련의 속내가 태양의 뿌리를 흔들며 연못을 개봉하고

가라앉은 얼굴을 꺼내 봉인해온 말을 터뜨리면

자꾸 모르는 이름만 가시를 쥐고서 여름을 방문하고 있소

외침이 될 때까지 몸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춤의 하소연이란

애인의 소란스러운 울음을 감싸 안을 때처럼

반짝이는 빈틈으로 여기에 거울을 깨고 있소

모르는 말이 건너오는 동안

바늘을 쥐고 삼베처럼 웃으며 깊은 혀를 꾹 다문 수련

저기 후련하게 수련이 물을 쥐고 솟아 있소

물속을 듣던 바위의 귀는 오래오래 초록을 껴안고

시시때때 하얀 발톱들은 잇몸 근처에서 자라나오

어쩌자구 물속에는 찡그린 미간들이 그리도 많아

물의 어깨를 비튼단 말이오, 비바람과 수련이 키스를 나누는 동안

저 부력은 감은 눈꺼풀에서 풀려 나오는 힘

눈을 감고 응결하는 입술과 입술들의 향연

빗줄기의 청력이 허공과 연못을 꿰매고 있소

서로가 서로에게 눈이 없어 몰라도 좋을 얼굴, 그저 묻고 있소

향기로 취미를 가진 우울한 표정들이여, 꺼져가는 물속의 핏빛을 보오

툭 터진 엄지에서 연못을 향해 배어 나오는

개봉된 허공의 저 피를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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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09문학과사회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부문 당선

시집 몰아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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