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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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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76회 작성일 16-01-06 09:47

본문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유홍준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먼데를 바라보고 있다

 

  대나무 우듬지가 요렇게 조금

 

  휘어져 있다

 

  저렇게 조그만 것이 앉아도 휘어지는 것이 있다, 저렇게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새는 보름달 속에

 

  들어가 있다

 

  머리가 둥글고, 부리가 쫑긋하고, 날개를 다 접은 새다, 몸집이 작고 검은 새다 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다

 

  창문 앞에 앉아

 

  나는 읽다만 책을 펼친다

 

  캄캄하다, 대나무 꼭대기를 거머쥐고 있던 발가락을 펴고 날아가는 새

 

 

commonCAXIGUZ8.jpg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05년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9년 제1회 시작 문학상 수상
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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