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달 / 김경윤 > 오늘의 시

소와 달

   김경윤

산 위에 뜬 달빛 그림자를 방석처럼 깔고

늙은 소가 와불처럼 누워 있네

굽은 등 축 처진 눈자위

촉촉이 젖은 눈동자에 눈부처로 들어앉은

달

평생 코뚜레 끼고 논밭을 갈았던 소가

무릎을 꿇고 앉아 하염없이 쳐다보는

물 항아리 같은

달

오물오물 한 세월을 되새김질하는

그 소의 눈망울 속에 들어앉은 달 낯바닥에

바람의 무늬가 새겨져 있네

1957년 전남 해남출생
전남대학교 국문과졸업
1989년 무크지《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으로 작품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회원, 땅끝문학회 활동,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신발의 행자 』『바람의 사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