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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바다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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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803회 작성일 15-11-23 10:15

본문

에 걸린 바다

 

  강인한

 

 

아버지 내 말 들리세요.

침실 벽에 봄 바다를 걸었어요.

가로는 에메랄드빛 잔잔한 지중해

세로는 지금도 빨려 들어가는 수직의 와류,

백금 장식 액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궁 안의 누군가 바꿔치기한 모양이네요.

검푸른 산화물로 부식된 알루미늄 액자

네모난 액자를 바라보아요.

침대에 앉아 바라보면 들리지요. 요정들의 노랫소리

너울거리는 파도를 타고 들려오지요.

어디에도 선실 유리창을 깨고 녹슨 꿈을 두드리는

망치 소린 들리지 않고

그림 속을 부침하는 비몽사몽만 껴안고

나는 스르르 잠들어요.

위는 아름다운 여인, 아래는 말의 다리가 달린

켄타우루스가 저예요.

아버지는 천상의 어둠에 절반,

나머지 절반은 광명한 인간계에 나와서

지금도 탕탕탕, 총알구멍으로

날마다 일곱 시간 동안 피를 흘리고 있나요.

더럽고 비참한 추억이

언제나 머리맡 오르골에서 핏빛으로 풀려나오는

내 방 침실,

나는 저 액자를 보아요, 그 검푸른 바다를 향해 걸어가요.

일곱 나라 일곱 난쟁이들처럼

서로 다른 말로 서로를 부르며 물어뜯는

이빨이 톱니처럼 사나운 저 물고기들 이름이 무얼까요.

보랏빛 모차르트의 레퀴엠 긴 허리띠로 서로의 몸에 감고

사라져 간 열일곱, 열여덟의 소년과 소녀

그들이 벗어놓은 달콤한 잠을 내 눈 속에 부어주세요.

아버지 나를 데려가주세요.

아주 멀리 나를 구름처럼 데려가주세요.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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