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저녁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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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저녁
이병률
우린 서로의 단어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거짓과 하나의 거짓으로도
세상을 가려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탓에
제1장은 그로부터 우리는 만나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잠시 널어놓은 태양과 달을 거둬가는 시간이면
우리는 안쓰럽게 부스러기가 됩니다
우리가 저 별을 바라보는 동안
별을 마음에 담아두는 한
살에 살이 붙어 만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잡은 손도 결국은 내 손을 잡은 것입니다
제2장에서는 우리가 만날 수 없는,
덮어버리기엔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인생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가만히 벌려서 사용합니다
가장 먼 곳에 도착하기 위하여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서둘러 이야기를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냄새가 있는 곳에서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내립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라지기 위해
어쩌면 제3장에는 절벽이 있습니다
광채는 사그라들고 공기는 줄어들고 우리는 만나지지 않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우리는 계속해서 지워나갑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형태를 유지합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우리를 잊게 될 것입니다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파리 영화학교 ESEC 수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시힘 동인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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