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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발생 / 임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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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2회 작성일 15-12-08 10:36

본문

장소의 발생

 

임승유

 

노파가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일 때

움푹하게 들어가는

허벅지에 감기는 치맛단의 기분으로

종종종

소녀들이 모여드는

 

녹는 게 겁나서 빨아먹지 못하는 사탕

아는 사람이 누워있을까 열지 못하는 방

이불은 내다 널면 되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아는 냄새면 어떡하지

 

망보는 벽을 세우고 더 들어가면 여긴 구멍 들어가 본 적 없어 나오는 방법을 모르는 백 년 동안의 소용돌이 단 하나의 점을 향해 휘몰아치는 정신을 쏙 빼놓으며 튀어나오는 쥐가 있고 꼬리를 잘라도 계속되는 몸 끝나지 않는 종아리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머리카락 줄지 않는 피부 한 번은 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혼자서 들어갔다가 여럿이 되어 나온다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몸이 왜 필요해 손등에 종아리에 불은 놓아 태우고 까맣게 모여 있는 그림자들

 

손을 맞바꾸는 악수처럼

벗었다는 기분 느낀 적 없는 데도 다 갈아입고 나오는

 

골목 입구에 앉은 노파가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

어쩐지 늙어서 나오는

소녀들이 있다

 

 

1973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2011년 《문학과 사회》신인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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