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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 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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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35회 작성일 15-10-19 10:17

본문

쓴다

 

강기원

      

 

너는 무당벌레처럼 아름답게, 나는 무당거미처럼 잔혹하게

쓴다

어느 쪽이 더 흥미진진할지

아무도 몰라

성선설 성악설에 대한 판례가

없는 것처럼

 

너는 계곡수의 청량함, 나는 하수구의 악취

너는 유채색의 무지갯빛, 나는 무뚝뚝한 무채색으로

쓴다

어느 쪽이 더 영롱할지

아무도 몰라

프리즘의 조각들이 얼만큼 쪼개질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너는 마르지 않는 푸른 잉크, 나는 굳어가는 검은 담즙으로

쓴다

어느 쪽이 더 깊은 맛일지

아무도 몰라

미뢰에 비애의 돌기는

없는 것처럼

 

네게는 내게 없는 구슬, 내게는 네게 없는 구슬

이 모래알만큼 넓은 놀이터에서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작가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2006년 제25<김수영 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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