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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집 / 서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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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14회 작성일 15-11-1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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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집

 

서정임

 

 

잘 있어라 열쇠를 잠근 문에 마지막 인사를 붙인다 광고지 뒷면 힘주어 쓴 글씨가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길게 하품을 하는 정오의 골목은 언제나 적막하다 그 골목을 천천히 걸어 나오며 뒤돌아본다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파란 대문집, 담장 밖으로 손을 내밀던 넝쿨장미가 붉은 울음을 터트린다

 

거리의 척도가 마음의 척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단지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정한 사이가 될 수는 없다

 

걸어서 십오 분이면 도착하는 아파트, 그곳에 사는 아들 내외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손을 꼽아보면 먼 허공을 더듬듯 아득하다 날이 갈수록 맞춰지지 않는 퍼즐, 그들은 들어내지 못하는 무게의 장롱처럼 내 안에 들어앉아 오랜 시간 침묵했다

 

홀로 잠이 드는 밤이면 온몸이 시리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어둠 속에서 노랗게 복수초가 핀다

 

마침내 집 한 귀퉁이가 무너진다 기왓장이 떨어지고 벽돌이 떨어지고 파란 대문에 덧칠한 페인트가 벗겨진다 어김없이 대들보를 타고내리는 누수, 언제 지붕 한쪽이 내려앉을지 모르는 불안이 누런 벽지에 못을 박는다

 

도착한 노인전문요양원,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래도 혹여 아들 내외가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오지 않을까 대문에 붙여놓고 온 그 미련 한 장이 뇌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sji.JPG


 

 전북 남원 출생
 2006년 계간 《문학·선》 등단
 2012년 경기문화재단의 문예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으로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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