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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 이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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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23회 작성일 15-11-12 09:23

본문

바이올렛 

 

 이진환

 

 

기별이 왔다

다녀온 지 몇 날 되지 않았는데

또 다녀가라 하신다

행여 치매는 아니실까

올해에도 쑥쑥, 서너 번째 내미는

꽃망울 아래로 엎드린 이파리가

구순을 훌쩍한 엄마 잔등처럼 나지막하니 깊다

 

많이도 닳은 지팡이를 꼭 움켜잡고

또박또박, 느릿하게 내딛는 걸음걸이로

여린줄기가 힘겹게 꽃대를 밀어 올리는 중이다

 

와르르 몰려와 어깨를 맞대고 둘러앉은

오 남매의 웃음보가 꽃으로 활짝 피던 날

 

칠순 넘은 맏이도

육순의 막내도 차 조심하라며

가방을 메고 가던 초등 때처럼

찡긋하던 웃음으로 약속을 하란다

꽃술처럼 곧추세워 손을 흔드는

하얀 머리께로 그렁그렁한 염려가 묽게 베였다

 

달려 나오는 눈물이다

물을 줘야지

 

덜컥, 집어 든 전화기다

 

 

 


 

이진환.jpg


경북 포항 출생

2014년 <국민일보신앙시 공모전 대상 수상

2016년 다시올문학》 등단

동인시집 고양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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