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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농담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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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62회 작성일 15-11-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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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농담

 

김행숙

 

 

  몸에서 30센티 40센티 50센티 떨어져 있는 통증을 어떡하죠? 그것이 두통이라면, 내게서 50센티 60센티 70센티 떨어져 있는 머리를 어떻게 데려오죠? 70센티 80센티…… 통증으로부터 달아나는 중인 머리라면, 80센티 90센티…… 사실은 그것이 통증에 다가가는 중인 머리라면, 우리가 모두 통증에 연결되어 있다면, 통증이 우리의 중앙관제시스템이고 시민들의 폐활량이고 침묵의 지평선이라면, 머리를 감싸 쥐거나 머리에 압박밴드를 묶거나 머리 꼭대기에서 찬물 세례를 퍼붓거나 관자놀이에 권총을 사과나무 묘목처럼 심거나

 

  머리를 가지고취할 수 있는 이 모든 조치가 긴급하다면, 머리부터 찾고 볼 일입니다. 1미터 2미터…… 일단 시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담장을 넘고 싶고 그때부터는 당장 강을 건너고 싶고 바다를 건너고 싶은 법이니까요. 두통에 내내 시달리는 머리로 자신의 길을 결정했다면, 멀리… 멀리…… 굴려버렸을 것입니다. 앞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뒤에 남겨지는 것들을 생각도 못 했을 것입니다. 남겨지는 것들로만 나를 구성했다면, 나는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을까요? 잊어버릴 뻔했는데 기억나는 말이 있다면, 다시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둬야 하는데 나를 대신해서 기억해줄래요?

 

  말을 하려고 하면, 말이 잘 안 됩니다. 말이 안 돼도 말을 하려고 애쓰면, 사람들은 걱정스레 묻습니다. 어디가 아픕니까? 그것이 복통이라면, 토하세요. 토하고 싶다면, 토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토할 것 같다면, 토할 것 같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무슨 냄새를 맡았습니까? 대체 무엇을 보았습니까?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는 자는 대관절 누굽니까? 처음엔 사회복지사처럼 머리를 숙여 내 상처를 들여다보았다면, 머리를 들었을 때 나타난 그 형사는 상처에서 죄를 건져올린 것 같습니다. 그가 내 약점을 잡은 것 같다면, 나는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죄를 고백하려고 하면, 먼저 어떤 죄를 고백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마음을 보여달라고 할 것 같고, 내 마음이 어딨는지 내가 모른다고 하면, 그가 대신 찾아서 말해주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가 친절하게 말해도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말만 자꾸 생각나서 침묵했습니다. 침묵이 길어지면, 긴 침묵은 기다리는 자의 것이었다가 시간이 무심하게 흘러 죽은 자의 것으로 석양 밑에 깔립니다. 친절한 그가 대신하여 이야길 시작하면, 나는 죽어서 어느 날의 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kimhs.jpg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 《현대문학》등단
시집 『 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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