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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네 / 이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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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72회 작성일 15-10-12 08:47

본문

가 오네

 

이나명


비가 오네

남의 사정도 모르고 제 맘대로

비가 오네

모래알처럼 단단한 빗방울들이 내 뺨을 마구 때리네

나는 울고 싶지 않은데 훌쩍훌쩍

비의 눈물이 내 몸 위로 흘러내리네

그래 그래 비의 압맞춤이라 생각하자

내 혀끝에 비의 말들이 돌돌돌 감겨드네

이건 어디서 오는 방언들일까 제 맘대로

내 입술이 달싹거리네

내 턱이 덜덜거리네 제 맘대로

남의 사정도 모르고 제 맘대로 주룩주룩

비가 오네

더 추워지기 전에 더 오그라들기 전에

내 심장에 불을 지펴야 할까

저 차가운 빗방울들 따뜻이 덥혀줘야 할까

비의 목소리 따끔따끔 내 귓속을 파고드네

비의 발자국들 스멀스멀 내 갈비뼈 사이로 스며드네

이건 어디서 오는 방언들일까

나는 그냥 침묵하고 싶은데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싶은데

검은 코트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쓴 비의 神들이

차렷 자세로

하루 종일 내려오시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금빛새벽』『중심이 푸르다』『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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