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가는 나무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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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가는 나무
안현미
나무는 쓴다 우리 모두가 연루되어 있다고 겨울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수요일에도 수요일에도 수요일에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쓴다. 결국 떠날 수 있는 건 없다고 쓴다 다만 울음이 바닥났을 뿐이라고 나무는 쓴다
나무는 운다 굴뚝 위에 독재 위에 철탑 위에 올라간 사람들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위해 나무는 운다. 우리는 까닭이고 바보라고 나무는 운다
뿌리는 간다. 어둠을 뚫고 바위를 타고 계급을 넘어 뿌리는 간다. 울음을 찾아 울음의 핵심을 향해 울음의 연대를 위를 뿌리는 간다 사월로 오월로 세월에로 뿌리는 간다
나무는 난다 세계는 늘 위독하지만 특별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특별해진 이제는 돌아오지 못할 그 특별한 사랑을 기억하며 기록하며 나무는 난다 나무는 날아오를 것이다
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문학동네 》로 등단
시집『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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