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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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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7회 작성일 22-05-14 20:27

본문

연애

 

  신용목

 


비 오는 풀숲에 들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비 갠 풀숲에서는 다시 모르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 비를 잠시 눕혀놓았을 뿐 이를테면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

태양이 먼 능선에 허물로 벗어놓은 구름, 그러나 공원에 함께 온 너는 모른 척한다 아는 것을

다시 모르는 것을

 

그치다, 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에 잠시 남아 있는 꿈에서 본 슬픔

 

다시 오월이다 작년 오월도 다시 오월이었지만

작년이 되었고, 지금 구 도청 분수대는 공사 중이다

분수가 씻어주던 허공을 기계로 고치는 중이다, 오래전 오월 보름 동안 나는 전자공장에 다녔다

초록색 트랜지스터 단자 하나를 기판에 제때 꽂지 못해 컨베이어를 따라 빙빙 돌다가 넘어졌고

모두가 웃었다

소형 텔레비전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얼굴이 지직거렸다 안테나 좀 돌려봐, 비 오는 날 지붕에 나를 올려보내놓고는

왼쪽으로 아니 오른쪽 소리치던 형들처럼 그래도

 

지직거리던 브라운관처럼

모두가 웃었다

 

여전히 돌아가는 컨베이어 앞에 앉아 내 몫의 단자까지 너댓 개를 끼워넣던 누나가

미안하다며, 발가락 끝에 끼고 슬쩍 들어보이던 분홍색 슬리퍼 한 짝

 

신발은 흠씬 젖어 있었다 마른 풀 몇 가닥 바지에 붙어와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온 알바생이 차양을 들어 고인 물을 흘려보냈다, 사람은 비를

잠시 세워놓은 것 같다 가끔씩 흘러내린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24월호

 


 

04825968_20080116.jpg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200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19회 백석문학상18회 현대시작품상14회 노작문학상

2회 시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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