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이글루 /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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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이글루
정하해
별이 쏟아지는 저녁은 살벌했다 이전의 관계들은
짓무르고, 너는 차오르기를 반복한다
바람은 어떻게 너에게 전부를 맡기는지
휘청거리며 우는
어쩌면 부풀어 오르는 것은 부레가 아닌 꽃인 것처럼
어둠이 누르는 광장으로 달려 나가
생이 모객이라는 걸 알았을 때 책무는 분주했다
또 어쩌면 저녁,
하나둘 이글루 밖으로 전등불을 걸어놓고
별을 안쳐 밥을 하고
먼 데 향해 안부를 적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의 전광판인
이 저녁 된장국은 끓어
사사로운 이름으로 가끔 부풀고 싶을 때가 있는지
언제나 바람의 수하였고
문지기였던 것처럼
이름은
북극에서부터 시작되었겠다
한 줄기 오로라를 꿈꾸는 불안의 끄트머리를 말아 쥔
이 광장 누군가는
너 같은 이름으로 부풀었던 생것들을 우두커니
견디고 있는지
바람의 함자는 부지불식간에 온다
―계간 《시산맥》 2023년 봄호
경북 포항 출생
2003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 피다』 『 깜빡』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바닷가 오월을 펴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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