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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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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2회 작성일 23-02-26 20:32

본문

 

  손진은

 

 

도서관에서 나와 잠깐 쉰다는 게

공원 벤치에 큰대자로 곯아떨어진 사내

행인들 인기척 담배 연기에도 기침 한 개비 없이

이마에 땀 흥건해질 때까지 자다

천둥 번개가 후려쳐 한참을 멍하니 앉은,

어느새 몸속에 덩치 큰 곰이 들어와 앉은 사내

그래도 그는 좋다, 초록 외엔 아무도 없는 공원

빗방울만 후두둑 몸을 깨우는 숲이!

무얼까?

, 그쪽과 맞닥뜨린 세월도 없는데

긴 공용의자, 그 노상침실에 그를 눕히고 비끄러맨 건,

그 사이, 생로병사 네 글자가 우지끈 끊어지며

마디마디 곰의 사지를 이어준 건,

그렇담 어떻게 덩치 큰 저 곰을 끄집어내나?

풀잎부터 가지 열매 들짐승

잡식의 그를 무슨 힘으로?

일단 오늘은

열람실까지 놈 잘 밀어넣고

착해진 몸으로 야생의 열맬 훑어먹는 걸 지긋이 바라보다가

슬슬 가방을 싸고 냄샐 맡으며 동굴로 향하는

놈의 짧고 굵은 다리를 따라 어슬렁

저물어보기로 한다

큰 덩치의 놈을 따르는 일이 어딘가?

오소리 들쥐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잠의 기억을 털며 돌아가는 길

 

계간 신생2022년 가을호


손진은~1.JPG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5년 매일신문 시평론에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숲에 풀어놓고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저서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한국 현대시의 정신과 무늬

현대시의 지평과 맥락』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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