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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 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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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5회 작성일 23-03-01 19:27

본문

문안

 

    유수연

 

 

달걀을 까서 앞에 놓아주고 있었다

너는 겨울이 아닌 날에도 입김을 만들 수 있다

 

입을 오래 다물고 있던 네가 입을 열자

흰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걸 놓치면 다른 무언가도 놓칠 것만 같았다

 

목련 가지마다 껍질 벗긴 달걀이 앉았다

아침이면 도로에 잔뜩 으깨져 검정으로 죽었다

 

그런 걸 보며 검은 눈이라 말하고

그런 비유가 숙연해지는 순간이 싫었다

 

봄인데도 겨울이라 말하는 건 괜찮다

그래,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다 말해주면 된다

 

짐승이 먹지 못하는 건 분리해 버려야지

껍질의 파편을 침 묻혀 하나씩 올린다

 

하나하나 검은 봉지에 들어가는 걸 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떡할까

그 생각이 대신 미래를 방문하고 있었다

 

계간 시산맥2023년 봄호



유수연시인.jpg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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