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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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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5회 작성일 23-01-08 20:54

본문

그것

 

     오  은


 

중요한 순간,

중요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빨랫줄에 널려 있던 빨래가 날아간다

 

바로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분산시키려고

시원하게 재채기한다

빨래집게의 손아귀가 자유로워진다

 

바로 그런 선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이 재채기에 실려 날아갔어요

날아가던 빨래가 나뭇가지에 걸린다

 

바로 그런 면에서

 

열리고 닫히고

다물고 벌리고

 

점찍고 선 넘고 면을 이루어도

 

빨래는 마를 의지가 없고

단어는 돌아올 여지(餘地)가 없고

 

내 땅이 아니어서 산뜻 그것을 치지도 못한다

 

―《문장 웹진20231월호


80051635_1.jpg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등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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