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의 조화 / 강윤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세모의 조화
강윤순
세모는 정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모는 세 개의 꼭짓점과 세 개의 선분으로 모여 있다 모가 셋이어도 그들은 다투지 않는다 접시가 깨지지도 않는다 정이든 직이든 그들은 각을 나누어 세모꼴의 합을 원만하게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정이 세운 세모는 반듯하다 각도 같고 선분의 길이도 같다 각이 다른 직은 선분의 길이도 다르다 한 각이 바로 서면 나머지 각은 자연스레 직으로 합을 맞춰낸다 여기서 거짓은 정직의 반대말이 될 수 없다 선분은 상황에 맞게 온몸을 늘리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면서 무리 없이 삼각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와 면이 닳고 닳아 물의 상자 안에서 하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셋이 모여 트리오
삼각산은 밑변을 깔아놓고 산세를 흘리며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능선과 능선은 바닥을 믿고 정상을 향해 서로를 당기며 밀어내며 의지한다 산이 산으로서의 위엄을 갖춘다는 건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기슭도 산마루도 땅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에는 재도 있고 바람도 가끔씩 쉬어간다 산새도 산꽃도 마음껏 때를 즐기며 노닌다 가시와 트라이앵글과 메밀, 셋은 둘보다 좋고 하나가 아니어서 더욱 좋다 옷걸이는 옷 속에 들어 자태를 평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일이면 삼각 모자를 쓰고 촛불 앞에서 소원을 말한다 나, 너, 우리, 셋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일의 시작이다
―계간 《시산맥》 2017년 가을호

2002년 《시현실》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108가지의 뷔페식 사랑』 『선연이 선연하다』 등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