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법 / 김지훈 > 오늘의 시

사막을 건너는 법

김지훈

1.

  저물녘, 달리*의 시계를 빌려 차고 사막을 건너가고 있었지 국경 너머 악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그들은 지도대신 악보를 보고 사막을 건넌다고 해 나는 악보 하나를 얻을

셈이었어

2.

  모래바람이 길을 지웠어 이지러지는 달 뒤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와 나는 소리를 따라

달려가는 길의 등허리를 보았지 쌍봉낙타를 재촉해 달리기 시작했어, 沙분 沙沙초. 결승점에

도달하려는 순간, 낙타는 모래 위에 집 한 채를 지었어

3.

  카-멜 카-멜 낙타의 주인은 주문을 외웠지만 낙타는 다 녹은 카라멜처럼 바닥에 붙어서

일어나질 않았어 카-멜 카-멜 목청을 돋구어 불러 보았지만 낙타는 낙,  타 무너진 모래집

두 채가 낙타 등에 넙죽 엎드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래, 잘 가라

4.

  달리의 시계는 비싼 시계보다 훨씬 정확했어 카멜을 카라멜로 만든 소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거든 초침과 분침이 생사를 가르는 팅,팅,텍,텍 모두 달리의 시계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바람은 쌩쌩 바퀴 달린 짐승처럼 달려와 우릴 덮쳤지 바람의 이빨에 콱, 물렸어

2016년《시인시대》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