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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 / 윤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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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9회 작성일 17-07-21 14:25

본문

귀갓길

 

  윤병무

 

 

끓는 주전자 뚜껑 밖으로 새어나온 물방울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던 사람은 안다

안개가 쌓이는 밤

아스팔트를 덮고 가로등을 덮고 학교 운동장의 농구대를 덮는

밤안개가 모든 지나가는 것을 지워버리듯이

길을 돌아보면

단 몇 장만 남은 흑백 사진들이

물기 없는 나뭇잎처럼 뒹굴며

무심한 행인의 발길에 차이고 있는 것을

 

푸른빛을 좇아가 살충용 전선에 타 죽는 모기들처럼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사람은 안다

어떤 선택은 겨울밤의 늦은 귀갓길에서

막차의 브레이크 등에 불이 꺼지는 것을 바라보며

달려가다가 보도 블록위에 길게 넘어지는 것임을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얼었다는

한강물을 따라 자유로로 진입할 때

어젯밤, 성산대교 아래로 몸을 날린 뉴스 속의

어떤 사내는 나의 빈 옆자리에 앉아

한강 물 속에 일렬 횡대로 서 있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

 

- 윤병무 시집 고단(문학과지성사, 2013)중에서

 

 

13025.jpg

1966년 서울 출생

대전대 영문과 졸업

1995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5분의 추억』 『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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