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 부족 / 이동우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잔고 부족 / 이동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14회 작성일 17-08-04 09:40

본문

잔고 부족

 

이동우

 

 

속 빈 것들은 밤에만 소리를 냈다

땀내 밴 숫자들이 잠시 모였다 흩어졌다

고지서와 카드 명세서는 내 방을

도둑고양이처럼 넘나들고

나는 텅 빈 두 손에 주술을 걸듯

입김을 분다

앙칼진 울음 앞세워 속살마다

제 영역을 새겨 넣는 발톱들

연체료로 복면한 독촉장이

노루잠 다독이는 렘수면 안까지 들어와

혀끝에 남아 있던 닿소리를 훔쳐 갔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는

홀소리를 담보로

얼마간의 닿소리를 빌리려 했지만

현금인출기는 내 신용 등급을 문제 삼았다

구름을 찢고 나온 하현달이 냉기 뿜는 자정 가녘,

옷깃 여미며 자동화기기 코너 안으로

모여든 대리 운전기사들이

손에 든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그들의 입에선 말 대신 입김만 나온다

허기진 사연들이 창마다 성에꽃으로 피고

말을 섞고 살을 섞어 서로를 데우던 기억은

초겨울 앙상한 그늘에 갇혔다

시든 서리 꽃잎 하나 들고 서성이던

말더듬이 하루는 방전되어 가고,

눈물 말라붙은 얼굴들이 내는 약음約音 잘라먹으며

또박또박 했던 말을 반복하는 현금인출기

놈에겐 입김이 없다

 

-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이동우.jpg

2017시산맥으로 등단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2건 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8 0 01-07
28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8 0 01-19
28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8 0 08-29
28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7 0 12-07
28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4 0 12-10
28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4 0 01-29
28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2 1 10-07
28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8 0 08-31
28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2 0 02-12
28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2 0 05-04
28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0 0 10-26
28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8 0 02-03
28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0 11-19
28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0 04-23
28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6 1 09-01
28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4 1 09-14
28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1 0 03-10
28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9 0 01-29
28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9 0 02-26
28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6 0 02-17
28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1 0 04-06
28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8 0 03-25
28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7 0 11-09
28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6 0 11-09
28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3 0 01-25
28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8 0 03-07
28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7 1 09-16
28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6 0 09-07
28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0 0 10-19
28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0 0 10-22
28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12-02
28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1 09-01
28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0 09-08
28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7 0 03-11
28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6 0 10-06
28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4 0 03-08
28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0 0 01-21
28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9 2 09-12
28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6 0 04-12
28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2 0 11-13
28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2 0 11-16
28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6 0 12-15
28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4 0 03-23
28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0 0 02-04
28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0 0 02-22
28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9 0 04-07
28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7 0 07-3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5 0 08-04
28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4 0 08-24
28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2 0 11-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