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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조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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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99회 작성일 17-08-14 09:13

본문

 

  조은길

 

 

보신탕집 막 흥정이 끝난

멱살 잡힌 암탉에게 전한다

비늘 홀랑 벗겨지고

냄비바닥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미꾸라지에게 전한다

펄펄 끓는 물속으로 밀려들어가는

새파랗게 질린 시금치에게 전한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죽은 별 부스러기로

이 땅에 왔고

죽으면 다시 별이 된다

 

허공에서 100억 년을 산다는 별

 

그곳에선 설렘이나 가슴 뛰는 환희

아픔이나 분노나 서러운 눈물마저도

모조리 아름다운 반짝거림으로 변한다지

 

죽어야만 벗어나는 죽음처럼

죽어야만 도달하는 그곳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다가도

죽음에 드는 순간 갑자기

그림처럼 고요해지는 까닭은

그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지

 

저 봐

저토록 고요히 지는 꽃잎들

저토록 고요한 무덤들

 

 

joeungil-6_poetsplaza_poetsplaza_w_wonho.jpg

경남 마산 출생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노을이 흐르는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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