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언어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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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96회 작성일 17-08-31 10:59본문
둘의 언어
김준현
쌍둥이자리는 너의 자리이며 나의 자리
낯을 가리자 낮이 가려졌다
낮에는 희미해지는 밤의 자리로
쌍둥이자리에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쌍둥이
누군가의 자식들
어쩌면 누군가가 잃어버려서
누군가가 이어 놓은
누군가의 자식들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어 떨어질 수도 없다
이 지구 위로
하나뿐인 자리들을 가지고 살 수도 없다
어둡고 높고 여린 빛의 감정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대로 가는 걸 본다
아침까지의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 살아지기도 하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걷고
시계가 여전히 움직이는 게 보이고
여섯 시를 기다렸던 알람이
여섯 시를 지나치고도 울고 있는 감정이
여섯 시보다 더 아름다운 악몽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흔드는 사랑이지
쌍둥이가 두둥실 떠 있는 자리, 너였던 나의 잠자리
안경이 뿌연 세계는 나의 뿌연 세계다
안경이 흐린 세계는 나의 흐린 세계다
사랑을 나누다가
사랑을 했는데
너는 원래 흐린 얼굴
어둠이 조금 다른 어둠을 밀어내는 비구름
나를 무릅쓰는 비구름, 오래 참고 있는 비구름
비와 구름이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비구름
비보다 먼저 태어난 구름이 비의 뒤에 있는 비구름
나는 먼저 머리를 내밀었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나올 때의 마음을 나누자
머리칼을 넘기는 바람과 빛이 되었지
ㅡ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민음사, 2017년)에서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 등
댓글목록
krystar님의 댓글
krysta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와~ 오랜만에 멋진 시를 읽었습니다. 사랑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LA스타일님의 댓글
LA스타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