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11회 작성일 17-09-08 13:57

본문

지금 우리가 바꾼다

 

유수연

 

 

  어제는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았고 이제는 무너지지 않을 우리의

성문으로 나는 깃발을 들고 너는 북을 치며 간다

 

  승패 없는 긴 전쟁을 향해 다 하는 사랑을 수통에 채우고 손을

마주 잡는 사람 홀로 춤을 추는 사람과 같이

 

  지옥으로

  예쁜 악마들과 함께

 

  빗물에 검게 물든 흰 양말 끌어당기며 신발 뒤축에 쓸려 나오는

피처럼 물들자 물들자 자목련이 수놓아진 나의 이불까지

 

  우리는 길 위에서 가능하다 아니야 아니야 왜 우리는 막혀 있는

거야 우리는 가능한 거니? 우리 멀어지는 골목인 거니?

 

  아니 우리는 우리의 쓰임을 남에게 맡기지 않기로 했지

  나는 깃발을 들고 너는 내 등을 하염없이 치고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과

  양팔을 벌리고 있는 저 사람

 

  저것은 인사일까요?

  거미도 거미줄에 걸리는 거 그거, 아세요.

 

  우리가 만든 드림캐처에

  천사는 오래 걸려 있으라고 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남에게 빌지 않기로 했지 너는 울적했

지만 우리가 사라진다고 세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너는

한동안 자두빛 하늘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 속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눈물과 오른쪽으로 흐르는 눈물을. 슬플 때와

기쁠 때 흐르는 눈물의 차이를. 거울을 보며 이쪽이 왼쪽인가 왼손

을 들어 확인한다는 너를 보면서

 

  기쁜 방향으로

  예쁜 눈동자와 함께

 

  개들이 목줄에 난 상처를 서로 핥아주다 서로의 항문을 쫓아

개들이 사랑하고 무지개 색깔 아이스크림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채 녹아내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우리는

 

  펄럭이는 물집과 물집을 헐어내며 열어둔 성문을 향해 돛을 펴고

간다 나의 배에서 목수들이 우리를 부부처럼 조각한 목각 인형을

선물로 주고 먼 훗날 우리의 친구들이 그 앞에서 기도할 수 있기를.

 

  다시 만난 세계에서

  노래를 부른다

 

  나는 깃발을 들고, 나는 깃발을 들고, 나는 깃발을 들고 계속 가니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너는 잠깐 조용하다

 

- 월간 시인동네(2017. 9월호)에서

 

 


유수연시인.jpg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1 0 10-31
10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9 0 10-31
10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3 0 10-27
10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0 10-27
10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6 0 10-26
10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10-26
10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3 0 10-24
10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3 0 10-24
10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1 0 10-23
10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4 0 10-23
10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4 0 10-21
10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2 0 10-21
10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1 0 10-19
10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6 0 10-19
10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5 0 10-18
10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7 0 10-18
10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8 0 10-16
10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5 0 10-16
10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4 0 10-11
10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7 0 10-11
10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5 0 10-10
10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6 0 10-10
10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9 0 09-28
10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8 0 09-28
10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0 0 09-25
10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1 0 09-25
10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5 0 09-22
10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9 0 09-22
10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1 0 09-21
10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1 0 09-21
10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1 0 09-20
10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7 0 09-20
9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3 0 09-15
9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0 0 09-15
9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8 0 09-14
9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3 0 09-14
9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9 0 09-13
9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7 0 09-13
9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2 0 09-12
9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9 0 09-12
9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0 0 09-08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2 0 09-08
9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8 0 09-07
9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5 0 09-07
9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9 0 09-06
9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1 0 09-06
9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4 0 09-05
9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6 0 09-05
9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1 0 09-04
9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4 0 09-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