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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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23회 작성일 17-10-10 14:50본문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문순영
게이트로 들어간 돼지가 나오지를 않는다
오리발만 나오고 꽥꽥 돼지는 정말
오리가 되었는가
앞발이 들어갔는데 귀때기만 펄럭이고
엉덩이가 들어갔는데 꼬리만 찰삭이고
몸통이 들어갔는데 정체불명의 털들만 빠져나오네
돼지코 앞에서 코를 뒤집어 보이며
돼지야 돼지야 이 돼지가 니 돼지인 거 맞니?
촛불은 산야를 다 밝히고도 남겠는데
꼭꼭 숨어 아직도 불온한 궁리를 하는 거니
돼지는 공황장애이고, 돼지는 우울하고, 돼지는 사이비에 빠져서는
혼자 먹을 궁리나 하는 꼴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라 믿고 있는
돼지는 이곳저곳 들락거려 망가진 문짝이 하 많아서
방향을 틀어 새로 게이트를 달아야 하는 걸까
얇은 막 사이로 실룩거리는 궁리와 묘안의 실루엣만 또 보이는
돼지똥 냄새가 진동하는 늦은 계절
- 월간 《시인동네》 2017.10월호
전북 익산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91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감전되는 상황의 크로키』 『사려 깊은 얼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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