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상가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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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88회 작성일 17-10-19 12:08본문
미래 상가
김상혁
여긴 왜 이리 재미가 없니.
그래도 너무나 예쁜 곳이구나.
나는 낡은 상가로 들어서며 속삭인다.
전처가 여길 약속장소로 정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변 정류장이 없으니 그녀는 급히 택시로 온다.
나는 낡은 상가를 걸으며 짐작한다.
나는 낡은 상가의 긴 복도 끝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반대방향으로 다시 걷는다.
그리고 좀 생각을 고쳐먹는다.
낡으면 예쁜 것들이 남게 된다.
그래도 사람이 사라지는 곳은 재미가 없구나.
그녀가 여기를 약속장소로 정하고, 택실 타고 와서
복도를 왕래하는 날 잠시 부르지 않고 지켜본다면
거기에는 어떤 우정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미래처럼, 예쁘고 재미없는 상가를 걷기.
사람이 드물어서 낡아가는 긴 복도를 걷기.
1979년 서울에서 출생
2009년《세계의 문학》등단
시집으로『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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