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오고 있다 / 조정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무가 오고 있다 / 조정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0회 작성일 17-10-24 09:24

본문

 

나무가 오고 있다

 

   조정인

 

나무의 월식(月蝕) 지나 우리는 겨울을 통과했다

 

나무 안에 펼쳐진 백사장으로 물 들어오는 소리 아득한 잔설(殘雪)의 날들 지나

기억의 잠복기를 마친 나무의 미열을 누가 꽃이라 불렀나 우레의 마른 울음이

꽃눈에 닿기 직전, 날개를 퍼덕여 착지한 흰 빛에서 태어나 점차 분홍으로

접어든 시간을 벚꽃이라 불렀나

 

봄날의 대부분을 나무에 기대 보냈다 나무는 방금 도찯한 연푸른 저녁을

흐린 오후에 잇대는 일을 묵묵히 수행해갔다 그것은 망각 속으로 스며든

기억의 회로를 제 몸에 새겨놓는 일 나이테를 되돌리면

현악사중주의 음색이 느리게 풀렸다

 

나무는 그때 초신성을 겪는 한 그루 늙은 별

 

어제는 나무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을 따라가 아무 기다림도 없이 전생의

한 때 같은 꽃그늘 아래 우두커니 앉았었는데 어느, 뱀처럼 슬프고 사슴처럼

향기롭던 한 시절을 실은 운구가 나무를 한 바퀴 돌고 나가는 거였다

나무가 저마다의 망각 안에 환하게 깨어 불타는 사월

 

오늘은 벚나무 한 그루를 보내고 왔다 망각을 되짚어 가려는 듯 스스로 일으킨

폭설 속으로 멀어지는 나무 이 거리는 도열해 있는 가로수의

기억과 망각의 힘으로 계절이 발생한다

 

저기, 또 다른 분홍이 기미를 데리고 나무가 오고 있다 행려환자처럼

다리를 절뚝이며 혹독한 기다림으로 가슴의 절반이 사라진

자귀나무 한 그루 

 

 —계간《시와 사람》2017년 가을


 

jojungin-200.jpg

 

1998년 《창작과 비평 》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에서 대상
시집『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장미의 내용』,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2건 3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7 0 09-06
14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1 0 09-07
14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6 0 09-07
14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9 0 09-08
14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09-08
14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3 0 04-19
14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8 0 09-12
14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9 0 09-12
14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4 0 09-13
14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2 0 09-13
14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9 0 09-14
14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7 0 09-14
14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4 0 09-15
14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1 0 09-15
14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4 0 09-20
14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7 0 01-26
14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7 0 09-20
14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6 0 09-21
14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7 0 09-21
14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2 0 09-22
14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1 0 09-22
14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3 0 03-13
14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7 0 09-25
13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7 0 09-25
13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4 0 09-28
13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5 0 09-28
13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3 0 10-10
13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9 0 10-10
13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4 0 10-11
13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3 0 10-11
13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0 0 10-16
13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6 0 10-16
13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2 0 10-18
13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1 0 10-18
13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2 0 10-19
13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8 0 10-19
13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0 0 10-21
13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10-21
13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3 0 10-23
13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7 0 10-23
13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4 0 08-03
13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0 0 10-24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1 0 10-24
13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3 0 10-26
13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7 0 10-26
13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6 0 10-27
13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9 0 10-27
13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7 0 10-31
13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9 0 10-31
13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6 0 11-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