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의외 / 이용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의외 / 이용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55회 작성일 17-11-02 09:32

본문

 

당신이라는 의외

 

   이용임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발이 많아 간지러웠나

기생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신발이 되거나 주걱이 되었다는 이웃의 이야기는

구닥다리 신문에서 읽었는데

 

신발도 없이 언 발로 서걱이느라

벌레의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더라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벌레는 자라고 나는 마르는

어느 부모자식 같은 신파가 한 계절,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삭은 피가 우수수 쏟아지더라

 

벌레를 품고 자다

다족류 벌레가 된 이웃은

짝이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고민이 많다던데

벌레의 골격으로 이루어진 심장을 더듬어도

이제는 너무 커다란 벌레를 집어넣을 수 없다

 

나는 네 이름의 텅 빈 문이 되었구나

밤새 꿈에 담아 데워놓은 신을 신고

너는 부지런히 멀리 사라지렴

 

굳은 피 귀퉁이를 잘라 먹이며

벌레의 작은 발을 쓰다듬는다

눈보라 속의 발

 

내가 닿는 혈관마다 겨울이 될 거야

너는 내가 그린 지도가 될 거야

병은 정처 없어

발만 묻힌 무덤에 공양하였다

 

벌레는 자라고

스멀거리는 감각만 오래 남아

기면증을 앓았다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시와 사람》2017년 여름호

 

 

common11.jpg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2건 4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0 0 12-05
10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3 0 12-04
10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12-04
10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3 0 12-01
10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9 0 12-01
10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4 0 11-30
10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3 0 11-30
10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0 0 11-28
10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4 0 11-28
1063
집 / 이선영 댓글+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4 0 11-27
10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4 0 11-24
10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6 0 11-24
10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0 0 11-23
10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0 0 11-23
10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7 0 11-22
10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0 0 11-22
10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4 0 11-21
10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4 0 11-21
10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9 0 11-20
10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11-20
10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4 0 11-16
10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2 0 11-16
10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2 0 11-15
10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3 0 11-15
10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7 0 11-14
10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4 0 11-14
10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2 0 11-13
10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9 0 11-13
10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9 0 11-10
10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8 0 11-10
10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1 0 11-09
10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5 0 11-09
10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2 0 11-08
10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5 0 11-08
10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2 0 11-07
10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4 0 11-07
10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8 0 11-06
10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9 0 11-06
10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9 0 11-02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11-02
10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11-01
10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5 0 11-01
10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9 0 10-31
10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7 0 10-31
10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9 0 10-27
10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6 0 10-27
10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7 0 10-26
10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2 0 10-26
10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0 0 10-24
10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9 0 10-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