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하는 사람 / 오 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궁리하는 사람 / 오 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9회 작성일 17-11-02 09:38

본문

 

궁리하는 사람

 

   오 은

 

 

이야기가 필요해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식탁 위에는

꽃병도 있는 이야기

 

정작 꽃병에 물이 없었다

 

이야기가 났으니 말이지,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지

숨기고 싶고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그래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야기

 

집 안에도, 책 속에도

식탁 위에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꽃은 시들고 있었다

 

암만 씻어도

아무리 청소해도

제아무리 들여다봐도

 

표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야기를 떠올리다

꽃병에 물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꽃에 물을 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

 

오고가야

나누는 것이 되고

담론이 되어 밤을 밝히고

항간에 떠돌며 손상되기도 하다가

 

이야기의 끝에서 기적적으로 만나는 이야기

 

밥때가 되면

식탁 위에서 다시 외로워지는 이야기

운때가 맞지 않아

집 안에서 자취를 감추는 이야기

 

침묵하는 꽃을 핑계 삼아

 

또다시

이야기는 장황해지고

이야기는 쓸데없어지고

이야기는 황당무계해지고

이야기는 거짓말 같아지고

 

꽃병에 물을 채우다

이야기를 꺼낸 사실을 잊고 말았다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꽃병에 물만 채우면

소문처럼 부풀어 오를 줄 알았던

이야기가

 

말문 밖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궁리하지 않으면

말하기 전에 벌써 곤궁해졌다

 

 —《현대시》2017년 4월호 


 

80051635_1.jpg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9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4 0 12-13
10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5 0 12-11
10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2 0 12-11
10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0 0 12-07
10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3 0 12-07
10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3 0 12-06
10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12-06
10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3 0 12-05
10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0 0 12-05
10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3 0 12-04
10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12-04
10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3 0 12-01
10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9 0 12-01
10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4 0 11-30
10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3 0 11-30
10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0 0 11-28
10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4 0 11-28
1064
집 / 이선영 댓글+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4 0 11-27
10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4 0 11-24
10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6 0 11-24
10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0 0 11-23
10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0 0 11-23
10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8 0 11-22
10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0 0 11-22
10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4 0 11-21
10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4 0 11-21
10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9 0 11-20
10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11-20
10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4 0 11-16
10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2 0 11-16
10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2 0 11-15
10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3 0 11-15
10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7 0 11-14
10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4 0 11-14
10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2 0 11-13
10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9 0 11-13
10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9 0 11-10
10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8 0 11-10
10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1 0 11-09
10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5 0 11-09
10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2 0 11-08
10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5 0 11-08
10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2 0 11-07
10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4 0 11-07
10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8 0 11-06
10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9 0 11-06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0 0 11-02
10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11-02
10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11-01
10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5 0 11-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