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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쓰고 /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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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22회 작성일 15-09-09 09:08

본문

복면을 쓰고

 

 

김이듬

 

 

 

사과를 깎다가 텔레비전 켠다

심심한 일요일 밤에

음악 버라이어티쇼 복면가왕이란다

희한한 가면 쓰고 등장한 가수가 노래한다

 

누굴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첫 토막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저 사람

사과 반쪽을 건네고 싶네

나머지 반도 나누고 싶다네

 

소백산 자락에서 수확했다는 이 붉고 새콤달콤할 사과 몇 알

훔쳐온 사람처럼 어서 없애고 싶네

 

스타킹을 벗겼을 때 홍안이었다네

편의점 앞에서 그 청년과 마주쳤던가

언젠가 어디쯤서 당신과 나 스치지 않았을까

태연히 토막살인 현장검증 마친 살인자의 모자 밑으로 보이던 입매

나는 한입 가득 사과를 깨물고

싼 게 왜 싼지 이유를 알게 되고

 

세상이 다 아는 일

숨기는 게 없다고 속삭이는 복면을 쓰고

진심으로 사랑해 아양 떠는 숙녀의 스타킹을 둘러쓰고

나도 속아 넘어가는 내 비장의 마스크가 있다는 거

자꾸 쓰다 보면 살결로 내장으로 스민다는 거

마스크 쓰고 시위 현장에 가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거

 

세상이 다 아는 노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방청객은 눈물을 흘린다

 

물에 안 지워지는 화장품이 얼마나 많은지

석고 팩은 부담스럽다는 거

얇고 부드러운 피부복면일수록 속이 덜 비친다는 거

세상이 다 아는 거

홍옥 껍데기 깎는 것처럼 일도 아닌 일

 

다 아는 걸 쓰고 있는 내 피부 아래 흰 장갑이여 앙상한 손가락이여

내 안에서 자꾸 최초인 것처럼 떨며 흔들리는 은사시나무여 아니

노래 가사처럼 가시나무 가지인가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편한 곳 없어서

내 바깥으로 튀어나간

당신인가 나인가 안팎이 없는

어쨌든 결과 색이 나쁘지 않은 복면을 쓰고

    

 



경남 진주 출생
2001년 《포에지》등단
부산대 독문과 졸업. 경상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별모양의 얼룩』,『명랑하라 팜 파탈』』『말할 수 없는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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