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계란 / 최금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곤계란 / 최금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98회 작성일 17-11-08 09:24

본문

곤계란

 

   최금진

 

 

곤계란 삶을 때 계란 우는 소리가 난다

사방 벽을 두드리다 벽에 스미지도 못하고 덜그럭 덜그럭 냄비를 구르는 소리

닭이 되지 못한 병아리 새끼는 삐약삐약 울면서

연약한 부리로 껍데기를 쪼고 있었던 걸까

병든 아내는 피 묻은 깃털과 축축한 곤계란이 맛있다고 한다

껍데기는 방의 외벽

그 안에는 밖에서 몰려든 외풍이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고 있다

태어나기 직전에 깨지는 곤계란처럼

바스락거리는 비극을 두르고 아내는 잠속에 몸을 누인다

누렇게 곯아터진 달덩이를 벗기면 시커먼 아내의 얼굴이 잠시 환해지고

닭발처럼 거칠고 초라한 아내의 손이 불쑥 흰 접시 위에 담겨진 채

형광등 아래 놓인다

알은 하나의 방, 하나의 꿈

간밤에 닭은 세 번 울었고

아내가 가꾸었던 동글고 따뜻했던 세계는 자꾸 금이 갔다

그리고 그 금이 간 껍데기를 열자 머리털이 다 빠진 어린 병아리 한 마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죄수처럼 붉은 핏줄을 목에 걸고 있다

알은 막다른 아침, 우리는 그 안에서 깨진 부리로 바깥을 향해 고개를 내민다

곤계란 속에는 눈이 퉁퉁 부은 병아리가 울고 있다

아내는 지금 그것을 먹는다

놀란 입을 계란처럼 동그랗게 벌리고

 

 

—《문학의 오늘》2017년 여름호




충북 제천 출생
1994년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제4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
2001년 《창작과비평》신인상
시집『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3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1 0 10-26
13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0 10-27
13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0 0 10-27
13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8 0 10-31
13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0 0 10-31
13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7 0 11-01
13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7 0 11-01
13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11-02
13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1 0 11-02
13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1 0 11-06
13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2 0 11-06
13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5 0 11-07
13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2 0 11-07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9 0 11-08
13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4 0 11-08
13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5 0 11-09
13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2 0 11-09
13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9 0 11-10
13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2 0 05-27
13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9 0 11-10
13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1 0 11-13
13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4 0 11-13
13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8 0 11-14
13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8 0 11-14
13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5 0 11-15
13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2 0 11-15
13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5 0 11-16
13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4 0 11-16
13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11-20
13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0 0 12-04
13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1 0 11-20
13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5 0 11-21
13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5 0 11-21
13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4 0 11-22
13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9 0 11-22
13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1 0 11-23
13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2 0 11-23
13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9 0 11-24
13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5 0 11-24
13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0 0 02-25
1338
집 / 이선영 댓글+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8 0 11-27
13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7 0 11-28
13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2 0 11-28
13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5 0 11-30
13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5 0 11-30
13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0 0 12-01
13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4 0 12-01
13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1 0 12-04
13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4 0 12-04
13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1 0 12-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