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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측지선(測地線)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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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79회 작성일 15-09-09 09:15

본문

지선(測地線)

    

장석원

  

 

당신과 나의 입술이 닿을 수 없습니다

문 안에 문 밖의 달을 불러옵니다

여기에 떠나간 당신을 데려왔어요

 

당신이 있는 서녘까지 내가 간다면

누대(累代)의 기다림으로 나를 바스라뜨려

당신의 발밑에서 당신을 삼키는

유사(流砂)가 되겠어요

달을 먹듯이

 

당신의 입술과 나의 입술

두 개의 발간 혀 엉겨 밝은 달이 되는 밤

구부러지는 달빛을 따라갑니다

서쪽으로 휘어지는

우리의 길

 

이곳에서 시작하여 그곳에 도달하는

밤하늘 속으로 구부러지는

은빛

월광의 대상(隊商)

 

달이 가장 빠르게 당신을 부상(浮上)시키는데

내가 보내는 월광의 서신에는

문자가 없습니다 뭉개진 입술처럼

 

나는 파 먹힌 채 떠 있는 공동이예요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2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역진화의 시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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