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세계 / 서윤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야수의 세계 / 서윤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62회 작성일 17-11-20 09:21

본문

 

수의 세계

 

   서윤후

 

 

   1.

다음부턴 침묵을 동반하시오

그리고 끌려다니시오 마음껏

공짜니까

 

   2.

목소리만이 윤곽인 숲으로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다

눈먼 자의 증언을 받아 적다가

내 것으로 베껴 쓸 날도 머지않았음을 알 때

숲을 지나야만

숲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3.

나의 종교는 와해된 지 오래되었다

이것으로 선언문은 시작된다*

 

   4.

물결치는 고요

성벽 따라 걷는 사람들

아무도 심판받지 않는 심판자들의 도시에서

그 누구도 일기를 쓰지 않는다

사람을 들키길 두려워하는 손만이

이 도시를 빚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벌벌 떨고 있다

 

   5.

나는 나의 반역자로서 내 편에 설 것이다

나를 지지하며

눈먼 자가 되었을 때

이 숲을 그대로 들려줄 것이다

복원 가능한 슬픔에는

지렛대가 없다는 사실도

 

견디라고 말하는 쪽으로 침을 뱉으면

아프다고 말하는 쪽이 젖는다

 

   6.

늦었다고 말하는 동안 늦은

새들이 잘못된 계절에 맞춰 고쳐진다

둥지는 생활을 잃고

찌르기 쉽게 날카로워진다

 

   7.

사람들 가슴엔 쿠데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보도되지 않는 슬픔을 애써 겨루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이 싸움만 지속하는

안전한 전쟁을 지연시키며

살아 있다는 암호를 풀지 않는다

땅속에 뿔이 자라나고 있기에

침묵의 목줄을 끊기 위해

 

숲에는 누가 버리고 간 귀들이

비리도록 우리를 엿듣고 있다

 

   8.

침묵을 벌로 선택한 당신에게

오랫동안 소란이고 싶다 

 

 

 

  * 서로가 서로에게 몰랐던 사실을 말했다. 상처로 함몰되었던 시간은  #문단_내_성폭력으로 폭로되었다. 가해자는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이 선언문은 더 많은 질문들로 채워질 것이며 영영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학과 사회》2016년 겨울호

 

서윤후1.jpg


1990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현대시등단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추천0

댓글목록

Total 3,178건 22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0 0 01-04
21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9 0 01-12
21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9 0 10-23
21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8 0 11-22
21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5 0 11-01
21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4 0 11-09
21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2 0 11-08
21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1 0 12-05
21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1 0 12-07
21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0 0 12-14
21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8 0 11-01
21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8 0 04-17
21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8 0 05-17
21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7 0 06-12
21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7 0 03-14
21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5 0 03-05
21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4 0 03-10
21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12-12
21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10-2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11-20
21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2 0 11-23
21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2 0 01-09
21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1 0 07-25
21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1 0 02-10
21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1 0 12-04
21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0 0 08-26
21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0 0 04-06
21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06-01
21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8 0 04-10
20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05-15
20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6 0 11-02
20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4 0 11-30
20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4 0 01-26
20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3 0 10-26
20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2 0 10-24
20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0 0 06-14
20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6 0 12-05
20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6 0 02-17
20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6 0 03-15
20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5 0 06-21
20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5 0 12-06
20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4 0 12-14
20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3 0 05-30
20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2 0 04-19
20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1 0 05-31
20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9 0 02-28
20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 06-01
20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6 0 05-30
20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3 0 12-22
20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1 0 02-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