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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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강성은
비가 내렸다
홍학도 원숭이도 사자도 기린도 라마도 하마도 물개도
늑대와 너구리와 수달도
비를 보지 못했다
해도 보지 못했다
실종된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는 소문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으러
눈멀고 귀먹은 백발의 노인들이
동물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작년에 탈출했던 곰이 돌아왔다
작년에 사자에게 물려 죽은 조련사도 돌아왔다
동물원 밖에도 동물이 있다고
동물원 밖에도 동물원이 있다고
신들이 사라지고 나선
이제 인간이 사라지는 일만 남았다고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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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
신들이 사라지고 나선
이제 인간이 사라지는 일만 남았다고
이 구절이, 바로 이 시에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거다.
어느 고명한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했다.
輪回의 생에서, 지금은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인 양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점차 늘어 나고 있다는.
앞서 소개한, 오은 시인의 '未視感'을 선뜻 연상하게 하는 시다.
20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