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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시간 / 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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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78회 작성일 17-11-23 09:50

본문

 

커피 볶는 시간

 

   유정이

 

 

대개는 정교하다 모두의 옆모습

비트가 센 오션드라이브Ocean Drive*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리 와

수월하게 건널 수 없는 것들은 때로

매혹적이야

앞이 있으니 뒤가 있고

그러니 흔들어 볼래?

비벼도 좋아

벗어도 좋다는 말이지

소리를 지르며!  진짜처럼 울어볼래?

진짜라고 말해볼래?

 

낮과 밤처럼

그렇게 두 쪽으로 나뉘는 걸 택하지 그래

그걸 흠결이라고 부른다면

그래 그렇게 말해도 좋아

나와 나는 잘 벗겨지지 않아

설마 탈피가 쉽다고 말하는 거니?

맛과 향 어느 쪽으로든

끝까지 가야 한다면

뜨거운 쪽으로 가자

부서지는 곳으로 가자

잘 익은 비트

정점 다음에서 질러대는 소리

 

충분히 시끄럽구나 너는

그래그래 그렇게 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잘 구워졌다면 이제

뒤집어볼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야

잘 빻아진 나를 헤집어볼 시간이라는 뜻이지

 

이제 말해봐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니?

 

 

  * 베이비론(Babylon)의 노래 제목.

 

 

   —《포지션》2017년 여름호

 

 

1963년 천안 출생
1986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1993년 월간 《현대시학》등단
1999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시집 『내가 사랑한 도둑 』『선인장 꽃기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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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커피를 볶으면 향과 소리 비트로 갈리는 조각들을 만나죠.
커피알과의 대화는 향과의 대화로 이어지고
볶는 시간과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갈리는데.
기도하는 시간이네요. 커피를 향한(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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