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함박눈 총판 /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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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59회 작성일 17-12-01 09:06본문
알뜰 함박눈 총판
박형권
우리의 가난은 음악이어서
피아노를 항상 큰 방에 모셨다
좁은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가난을 고작 삼천 원에 팔았다
—이건 버리는 비용이 더 들어요, 이걸로 따님 과자나 사주세요
팔려간 가난이 허기를 입고
지금 알뜰 피아노 총판에서 비발디를 연주한다
밤새 내린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아내와 내가 두 마리의 펭귄처럼
뒤뚱뒤뚱 돈의 파고(波高) 높은 곳으로
삼 개월 밀린 공과금을 내러 가는 길
엄마 아빠 돈 빌려서 돈 내러 가는 기분 꿀꿀하실 테니
기분 좋아지라고 겨울을 연주한다
그래
네 목소리를 우리는 기억하지
음표였다가 콩나물 천원어치였다가
우리 식구들의 장엄한 청국장이었던 너의 악보를 기억하지
—그까짓 삼천 원 받지나 말 걸
뒤뚱뒤뚱 뒤뚱 미끄덩
알뜰 함박눈 총판 내 아내가 미끄러지고 만다
난 우리가 궁금하다
왜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나야 하는지
미끄러진 김에 누워 있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함박눈 저가로 공급해 주시는 이런 날에는
더 안 되는 것인지
1961년 부산 출생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도축사 수첩』 등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난이 음악이다.
아뇨. 삶이 음악이라 보죠.좁은 시각으로보면 그럴 수 있겠으나
구전민요,클래식과 재즈,팝,가요,동요가 있듯
원하지않는 옷을 걸친 것일 뿐 삶의 입은 옷은 다 다를테니 말이죠.
감사히 읽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