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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 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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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5회 작성일 17-12-05 13:52

본문

 

   문성해

 

 

 

나는 앉아 있었죠

더럽고 낡은 벤치 위에

 

벤치는 잠깐 머무는 곳

집이 아니므로

나는 어제의 누군가처럼 잠시 앉아

멍하니 호숫가 백조들을 바라보았죠

 

호수는 이 공원의 가장 깊은 악보

백조는 이 공원의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었으므로

 

나는 내일 도착할 우편물과

부랑자 시설에서 죽은 고모와

오랜 세월 이 공원에 오지 않았던 날들도 생각했죠

 

그리고 어느 해 겨울

부랑자 하나 서표처럼 꽂혀 있던 이곳과

그의 두꺼운 외투와 내용을 알 수 없는 보퉁이들도

 

그리고는 읽어 내려갔죠

그해 겨울 이곳의 주인이고 살림이고 체온이었던 그를

오래 펼쳐진 채 잠과 침과 얼룩으로 두툼해진

그의 페이지들을

 

악보도 선율도 어둠 속으로 스러지면

읽히지 않으려 서둘러 떠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들었죠

조용히 나의 한 페이지가 넘겨지는 소리를

 

오래된 공원에

두툼한 우편번호 책처럼 펼쳐진 벤치가 있죠

아주가끔씩 독서광인 나비가 앉았다 가죠

 

 —《시사사》2017년 9-10월호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자라 』『 아주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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