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탁란 / 강희안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리의 탁란 / 강희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38회 작성일 18-01-11 10:10

본문

리의 탁란

  강희안

 

 

저 흉악한 오리는 대체

몇 개의 알이나 닭의 둥지에 숨겨놓은 걸까

까끌까끌한 보리 모개를 먹었는지

오리들이 꽤액 꽥 숨넘어가고 있다

둥근 주둥이를 벌리며 목청을 세우고 있다

가끔씩 닭의 문간에선

병아리의 부화가 시작되었는지

콕콕콕, 생명의 코크를 여는 소리, 소리

게슴츠레 눈을 뜬 병아리들이

일제히 희디흰 부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놈들은 빛을 두려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누구도 애써 눈을 감지 않는 것이다

잠시 눈꺼풀에 걸려 있던 졸음이

세계를 한 번 기우뚱거리게 했을 뿐이다

스스로 진공의 주검을 깨뜨린 자만이

온전한 몸을 얻을 수 있는 법

오리들이 구룩구룩 가래 끊는 소리를 내며

금단의 영역을 기웃대자

어미닭이 날카로운 부리로 go!gogogo!

저리 썩 물러나라고

잠시나마 서슬 붉은 눈을 부라렸던가

저리도 여린 발길질에

당찬 계관마저 조아렸던가

어미닭이 두꺼운 오리알을 쪼아대는 사이

그들은 그간 열심히 부풀린 부리로

차디찬 어둠을 베어 물 것이다

어미를 잃은 기억은

다시금 누군가의 부재로 대체될 것이다

새로 물려받은 넓적한 부리조차

곧 제 몸을 불리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 강희안 시집 오리의 탁란(2016, 미학)에서


 

  강희안.jpg

 

1965년 대전 출생

배재대 국문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0문학사상등단

시집으로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오리의 탁란

논저로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

공저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문학의 논리와 실제』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3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5 0 12-05
13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8 0 12-06
13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7 0 12-06
13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5 0 12-07
13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3 0 12-07
13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3 0 12-11
13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7 0 12-11
13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5 0 12-13
13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9 0 12-13
13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5 0 12-14
13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3 0 12-14
13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7 0 12-15
1316
12월 / 최대희 댓글+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6 0 12-18
13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7 0 12-18
13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3 0 12-26
13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8 0 12-26
13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1 0 12-27
13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05-29
13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6 0 05-29
13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0 0 12-27
13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0 0 12-29
13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1 0 12-29
13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8 0 01-03
13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3 0 01-03
13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6 0 01-04
13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6 0 01-04
13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2 0 01-05
13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4 0 01-05
13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4 0 01-08
12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5 0 01-08
12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3 0 01-09
12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1 0 01-09
12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 0 04-19
12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8 0 01-1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9 0 01-11
12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9 0 01-12
12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4 0 01-12
12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7 0 01-15
12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4 0 01-15
12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3 0 01-16
12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5 0 01-16
12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7 0 01-17
12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0 0 01-17
12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6 0 01-18
12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4 0 01-19
12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6 0 01-18
12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0 05-07
12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4 0 01-19
12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9 0 01-14
12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6 0 01-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