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바다를 지나며 / 이은봉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4회 작성일 18-01-12 14:59본문
작금 바다를 지나며
이은봉
성두를 거쳐 어느새 작금바다에 이른다
느닷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발을 멈춘다
시동이 꺼진 것인가 감히 묻지 못한다
자동차도 동네 개들처럼 영역표시를 하는가
잠깐 사이 이곳 풍경이 먼 과거를 꺼낸다
오래전 이곳에 자동차를 세운 뒤
젊은 아내와 사진을 찍은 적 있다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와 물을 산 적이 있다
무슨 말을 한들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작금바다 저쪽 물 빠진 갯바위에 올라
늙은 아내와 고동을 줍고 오분자기를 딴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이나 실컷 쏘인다
그런 다음 함께 이르러야 할 곳은 신기다
신기까지 가는 길에는 ‘바람의 집’이 있다
‘바람의 집’엔들 어찌 추억이 없으랴
어느새 추억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다니!
- 《시산맥》 2017년 겨울호에서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