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변주 / 정다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겨울 변주 / 정다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43회 작성일 18-01-31 13:51

본문

겨울변주

 

  정다인

 

 

모든 현악기의 소리는 누군가의 영혼이다

손을 넣어 휘휘 저어 보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어스름 속에서

태어난 소리들

공중을 한 켜 한 켜 저며서 일으킨 음들을 얇은 이불처럼 두르고 나는

눈 쌓인 겨울을 걷는다

푹푹 빠지는 발목에서부터 귀까지 목적지 없는 여정을 새겨 넣은

음들의 동면을 생각하면서, 영혼을 투명하게 얼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

어떤 선율은 현악기의 오래된 물관에서 생겨난다는데

보이지 않는 저 굴곡들을 안으로 옮겨 심으면 내게도 음계가 생겨날까

저녁의 눈빛으로 한 음씩 물들어가는 얼굴 위에

음계를 그려본다

제각각의 발소리로 오르내리는 영혼들이 귓속을 스치고

사그락사그락 눈이 쌓인다

눈이 쌓인다

귓속이란 악기 속 같아서 너무 많은 기억이 웅크리고 있다

차가운 발가락을 하나씩 그 안에 담그면

푹푹 빠지던 걸음을 몰고 어딘가로 쏘다녔던 날들이 쏟아진다

폭설, 또 폭설

누군가의 말투 같은 눈발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나는 귀를 기울인다

현을 건드리는 차갑고 골똘한 바람을 따라

떠도는 영혼들의 허밍,

그건 한 음씩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는 끝없는 둔갑술

 

몰려오는 흐느낌은 어디에 매달아 두어야 할까

 

고개를 한 번도 흔들어 본 적 없는 것처럼,

굳은 목을 한 줄 현으로 걸고

흩날리는 긴 곡선을 어루만진다 선율이 되지 못한 말들, 폭설

또 폭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냉기를 혀 위에 올려두면 귓속엔 멀리서 들려오는

발 벗은 현들의 떨림

아직 이름 짓지 못한 내가 쏟아져 내리는 겨울 한가운데

현악기의 가지들이 일제히 운다

모든 것을 버린 후에야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걸까

꽁꽁 언 잠 위에 우수수 떨어지는 음표들,

 

폭설이 쌓인 현악기의 주름 속에서 가늘고 차가운 첫음이 시작된다

 

시린 발가락을 천천히 내디디면 일제히 울려 퍼지는 내 안의 겨울, 겨울

 


 


 

정다인.jpg

 

2015시사사등단

시집 여자k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81건 4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8 0 04-02
11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5 0 04-02
11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0 0 03-30
11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 0 03-30
11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4 0 03-29
11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0 0 03-29
11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9 0 03-27
11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7 0 03-27
11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3-22
11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4 0 03-22
11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3 0 03-20
11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8 0 03-20
11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2 0 03-19
11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8 0 03-19
11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4 0 03-15
11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3 0 03-15
11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7 0 03-14
11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5 0 03-14
11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2 0 03-13
11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3 0 03-13
11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2 0 03-06
11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5 0 03-05
11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1 0 03-05
11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1 0 03-02
11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0 0 03-02
11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9 0 02-28
11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2 0 02-28
11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0 0 02-27
11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3 0 02-27
11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4 0 02-26
11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6 0 02-26
11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3 0 02-23
11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2 0 02-23
11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6 0 02-21
11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9 0 02-21
11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4 0 02-20
11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4 0 02-20
11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0 0 02-19
11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3 0 02-19
11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7 0 02-14
11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5 0 02-14
11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4 0 02-12
11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6 0 02-12
11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3 0 02-09
11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0 0 02-09
11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0 0 02-07
11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3 0 02-07
11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2 0 02-05
11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6 0 02-05
11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3 0 0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