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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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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9회 작성일 18-03-22 09:21

본문

두 번 쓸쓸한 전화

 

   한명희

 

 

시 안 써도 좋으니까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카의 첫돌을 알리는

동생의 전화다

 

내 우울이, 내 칩거가, 내 불면이

어찌

시 때문이겠는가

자꾸만 뾰족뾰족해지는 나를 어쩔 수 없고

일어서자 일어서자 하면서도 자꾸만 주저앉는 나를 어쩔 수 없는데

 

미혼,

실업,

버스 운전사에게 내어버린 신경질

세 번이나 연기한 약속

냉장고 속 썩어가는 김치

오후 다섯 시의 두통

햇빛이 드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쓰여진 일기장

 

이 모든 것이 어찌 시 때문만이겠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

한 번도 당당히 시인이라고 말해보지 못한 시

그 시, 때문이겠는가

 

- 한명희 시집 두 번 쓸쓸한 전화(천년의 시작, 2002)에서

 



한명희.jpg


1965년 대구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문학박사

1992시와 시학등단

시집으로 시집읽기』 『두 번 쓸쓸한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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