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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라는 애인 / 조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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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6회 작성일 18-04-12 09:34

본문

농담이라는 애인

 

   조유리

 

 

꽃들은 농담으로 피는 거야

, 다정하게 웃어주는 혀들

 

본명을 말해 줄래? 농담이라니까

 

어제 한 말이 발바닥을 간지럽혀

밟아 비벼도 가려워죽겠어

뒤집어 봐, 거짓말처럼

발바닥이 손바닥 되는 기분 어때?

 

가려움이 사라지기 전 우리는 캠프를 가야 하지

보쌈을 주문하고 매운탕을 끓이고

아홉시가 되면 숙소를 배정하고

나란히 누워야 해 머리맡이 다른 침대에

몸을 눕히면

 

장맛비에 계곡물이 불어서 내가 아는 침묵으로는 나를 건널 수가 없어

사랑해, 농담이야

 

발톱을 가진 손가락들이 정말 가려워지지

은밀할수록 이해하기 쉬운

그러니까 우리가 한 적 없는 약속은 다 잊어

 

괜찮지? 아무도 진짜처럼 다정하지 않으니까

 

- 조유리 시집 흰그늘 속 검은 잠(시산맥사, 2018)에서

 



joyoori-180_w_w_wonho.jpg

서울에서 출생

2008문학·으로 등단

시집 흰그늘 속 검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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