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 배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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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1회 작성일 18-05-16 15:14본문
위성
배영옥
어느 날 과거와 미래의 다른 얼굴이 나를 찾아온다면
그녀들이 둥글게 손에 손을 맞잡고
위성처럼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면
나는 환호성을 울리며 기뻐할 수 있을까
비명 없이 끔찍할 수 있을까
그 중 몇몇을 내가 좋아할 수 있다면
그 중 몇몇은 나를 비판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에서
나는 슬며시 젖은 왼발을 이불 밖으로 꺼내놓을까
꿈속처럼 저린 손을 꾹꾹 누르며 다시 잠이 들까
나는 이미 다른 이름이지만
그녀의 눈코귀입은 다르지만 체격미소머리칼은 다르지만
이마의 굵은 한줄 주름과 눈 밑의 다크 서클은 똑같아서
젊고 늙고 아름다운 그녀들
추하고 잔망스럽고 애달픈 그녀들
모두 나를 이루고 나는 항상
나에게서 두어 발자국 뒤쳐져 걷고 있고
나는 항상 나의 바깥에서 내 얼굴의 그림자를 찾고 있고
-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호
1966년 대구 출생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뭇별이 총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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