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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붓 / 안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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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00회 작성일 18-06-05 10:15

본문

몸붓

 

   안성덕

 

 

 

1

 

지렁이 반 마리가 기어간다

허옇게 말라가는 콘크리트 바닥에

질질 살 흘리며 간다

촉촉한 저편 풀숲으로 건너는 길은

오직 이 길뿐이라고

토막 난 몸뚱이로 쓴다

제 몸의 진물을 찍어

평생 한 자 한 자밖에 못 긋는 몸부림

한나절 땡볕에 간단히 지워지고야 말

한 획

 

 

 

2

 

고무타이어를 신었다

중앙시장 골목 어귀,

참빗 좀약 사세요 구두 깔창도 있어요

삐뚤빼뚤 삐뚤빼뚤

좌판 위 고무줄을 늘여 쓴다

바싹 마른입에 거품을 무는 듯

붓끝에 진땀을 찍는 듯

사내가 제 몸을 쥐어짠다

한 줄 더 써내려

몽당연필 같은 몸 필사적으로 끼적댄다

한 자 한 자 몸뚱이가 쓴 바닥을 지우며

기억뿐인 다리가 따라간다

 

 

- 안성덕 시집 몸붓(시인동네, 2014)에서

 

 


안성덕.jpg

전북 정읍 출생

2009전북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몸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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