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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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6회 작성일 18-07-09 09:35본문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정 호
어디에 숨었나요 안옹근씨
아니 옹글다고 안옹근씨
安重根씨하고는 집안 내력이 다른
꼭꼭 숨어도 필요할 땐 잘도 찾아내서 채가는
그는 이름난 집안의 서얼입니다. 혼자 버젓이 얼굴 내놓고 나다닐 수도
없는 처지. 눈에 익은 말글들만 졸졸 따라다니며 뒷전에서 일이 매조지게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접 한번 받은 적 없습니다.
홧김에 만사 내팽개치고 드러누워 있다가도 맥락이 뒤엉키면 뒤치다꺼리로
또 불려나가는
그는 태생부터가 옹글지 못한 놈입니다. 기껏해야 따름, 나름, 나위,
겨를 같은 서자나 뿐 것 데 바 듯 체 혹은 채, 이런 얼자들하고 어울려
장을 지지고 볶습니다. 성이 안옹근이고 이름이 이름씨인, 그의 동생은
그림씨입니다. 형 같은 처지라 옹글지 못하기는 매한가지. 그래도 안옹근씨
형제 덕분에 우리말동네가 꽃등 내건 듯 환합니다.
안옹근씨여 이름값 못한다고 푸대접만 받는
엉거주춤, 글동네지킴이나 말동네마당쇠로만 살아가는
그럴수록 속은 더욱 단단한
외고집 안옹근씨여
허섭스레기 나처럼 영원히 옹글지 말기를
-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2004년 《문학• 선》으로 등단
시집 『비닐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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