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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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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90회 작성일 15-09-30 09:35

본문

연인

 

 황정숙

 

 

  사과가 놓인 식탁에 거울이 빛을 흩트린다

  거울은 사과의 표면에도 있어서

  오른쪽이 왼쪽이고 왼쪽이 오른쪽이 된다

  사과에서 뒤집어진 거울이

  가끔 모였다가 흩어진다

 

  사랑하는 당신과 나 사이에

  찻잔이 끼어든다

  스푼이 돌자 슬쩍슬쩍 속을 보이는 왼쪽

  출렁이는 시럽이 오른쪽에 엉겨 붙는다

  왼쪽 오른쪽이 없는 사랑이

  한 모금씩 달콤한 맛으로 경계를 도려낸다

  거울 두 개를 마주한 얼굴이 서로에게 갇혀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마주할 때,

  내 오른쪽은 볼 수 있고 네 왼쪽은 볼 수 없다

  오른쪽과 왼쪽이 사과처럼 둥글어지는

  거울과 거울이 맞닿아 있다

 

  과도로 사과를 깎아버렸다

  사과 표면에서 뒤집어진 거울은

  남은 커피와 설탕의 끈적임과 함께 식탁에 흩어져 있다

  거울과 거울이 서로를 찾고 있다

  사과의 안과 밖에서

  한 풍경으로 모이고 있다

 

 

경기도 강화 출생
제7회 시흥문학상 입상
2008년《詩로 여는 세상》신인상 수상
2012년 서울문화재단 문화예술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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