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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벌레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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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0회 작성일 18-07-12 11:28

본문

먼지벌레

 

    신혜정

 

따갑다고 말을 할까 뜨겁다고 말을 할까

이런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야

 

입 안에 털어 넣은 가루약

미숫가루처럼 수수수 떨어지는

풍경, 풍경, 풍경……

나는 어제 잊어버린 기억

잃어버린 기억이 어디에 쌓이는 줄 아니?

기억을 말리는 강렬한 볕

산 채로 날아가는

기억엔 언제나 습기가 가득하지

그래서 잃어버린 기억은 구름으로 뭉게뭉게

뭉개지는 법을 터득하고

그리고 일 년이 흘렀다

그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풍경에서 잘린 한 조각

나는 일 년 전 잊어버린 기억

그것을 둔중하다고 해야 할까 짓누른다고 해야 할까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칠수록

수수수, 일어나는 이런

지독한 기억은 처음이야

발밑에 쌓인 햇살, 강렬하게

날리는 오후

 

- 신혜정 시집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문학수첩, 2018)에서

 

 

sinhyejung-150.jpg


200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라면의 정치학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역서 시크한 그녀들의 사진 촬영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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