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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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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93회 작성일 15-10-01 09:57

본문

바지를 입어야 할 것

 

이근화

 

 

 

나의 기분이 나를 밀어낸다

생각하는 기계처럼

다리를 허리를 쭉쭉 늘려본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화초가 말라 죽는다

뼈 있는 말처럼 손가락처럼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죽으면 죽은 기분이 날 것이다

아직 우리는 웃고 말하고 기분을 낸다

먹다가 자다가 불쑥 일어나는 감정이

어둠 속에서 별 의미 없이 전달되어서

우리는 바쁘게 우리를 밀어낸다

 

나의 기분은 등 뒤에서 잔다

나의 기분은 머리카락에 감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정말 알 것 같다

청바지를 입는 것은 기분이 좋다

 

얼마간 뻑뻑하고 더러워도 모르겠고

마구 파래지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구겨지지만

나는 그것이 내 기분과 같아서

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PYH2009070101660000500_P2.jpg

 

1976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2004년 ≪현대문학≫ 등단
2009  윤동주 젊은 작가상 수상
시집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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